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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40. 짐승이 될 수 없는 우리 / 獣になれない私たち

2018년 10월부터 닛테레에서 방송했던 전 10화의 드라마로 평균 시청률은 8.8%. 아라가키 유이, 마츠다 류헤이, 다나카 케이, 쿠로키 하루 등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서는 애매한 시청률인가. 제목하고 키비쥬얼만 보면 막 짐승이 될 수 없는 착한 커플의 산뜻하고 알콩달콩한 로맨스.. 를 연상했는데 생각보다 현대사회의 인간관계가 가진 병폐를 잔뜩 담은 문제작이어서 당황했다. 로맨스가 없는 건 아닌데 그게 메인이 아닌 드라마. 

 

아라가키 유이가 연기하는 신카이는 인생이 참 기구하다. 회사에서는 사장의 기대가 높으니 그 기대만으로도 질식할 지경인데 주변에선 완벽초인으로 치켜세워주면서 이용해 먹기 바쁘다. 남자친구는 자기 집에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를 4년째 데리고 있으면서도 그걸 이해해 주는 신카이와 사귀면서도 쿠레하와 원나잇을 하고 그것 조차도 이해해 줄 걸로 생각하고 신카이에게 용서를 구한다. 거짓말은 하기 싫다며 더 실례되는 진실을 얘기하는 예의없는 짓은 쉬운가 보다. 다른 주인공인 마츠다 류헤이가 연기한 네모토는 과거에 형이 운영하던 가족 회사를 살리기 위해 분식회계에 손을 댄 이후로 계속 협박당하며 분식에 계속 손을 대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만 둬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회계사로서의 인생이 달린 문제라서 쉽게 결정을 못하고 계속 끌려다니면서 분식에 가담하고 있었다.

 

뭐 츠쿠모 사장이나 네모토를 협박하는 정체불명의 인물처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라는 건 늘 있는 법이다. 어렵게 취직한 회사와 지금까지의 경력, 협박에 응하지 않으면 잃게 될 안온한 생활까지 모든게 간단치가 않다.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한번쯤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을 포기하더라도 멋지게 되돌려 주고 싶다고 늘 생각은 하겠지만.

 

5tap은 주인장 설명만큼이나 오아시스 같은 가게다. 신카이와 네모토 말고도 카이지나 쿠레하 처럼 자기 감정에 솔직한 사람, 연애가 뭔지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쿄우야,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고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한 슈리같은 많은 사람들이 이 가게를 매개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변해가게 된다. 그리고 그 화학 작용을 통해 신카이와 네모토는 현재를 버리고 자신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드라마의 착안점이 신선하고 메세지성이 뚜렸하지만 설교조가 아닌 점이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짐승이 되면 편하겠지만 짐승이 될 수 없어서 고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드라마에 공감이 될 것 같다. 많이. 

취향을 좀 탈 것 같은 드라마로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았다. 특히 쿠로키 하루가 연기한 슈리짱은 의욕제로의 살아있는 시체같은 캐릭터로 능청스런 연기가 정말 일품이라 놓치기 아깝다.

  

드라마 주제가가 아이묭의 <今夜このまま/오늘밤 이대로> 와 삽입곡 빅케브랑카의 <まっしろ/순백>이 어느쪽 할 것 없이 자주 흐르는데 둘다 굉장히 귀에 감기는 곡. 

 

애잔하고 노스탤직하고 청춘이고...

 

빅케블랑카는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하이톤 보이스의 호소력이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