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 영화

15. 온다 / 来る

사와무라 이치의 데뷔작이자 2015년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보기왕이 온다>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2018년 12월 7일 공개되었다. 감독인 나가시마 테츠야는 많은 영화를 감독하지는 않았지만 <고백>, <갈증>,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등 은근히 잘 알려진 영화들을 맡아 왔고, 출연진도 오카다 준이치, 쿠로키 하루, 코마츠 나나, 마츠 타카코, 츠마부키 사토시라는 화려한 라인업에 공포영화 답지 않게 인력과 예산을 많이 들인 화려한 연출을 선보인다. 흥행 수입은 9억엔으로 관객을 가리는 장르인 걸 감안하면 성공한 편에 들지 않을까.

 

사내에서는 애처가이자 육아에 진심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타하라(츠마부키 사토시)의 주변에 어느날 부터 괴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점 더 가족과 회사의 동료들에게 위험이 발생하자 타하라는 오컬트 작가인 노자키에게 사건의 해결을 의뢰하게 된다. 노자키와 영매사의 핏줄을 이은 마코토는 사건 해결을 위해 타하라의 자택을 방문하게 되고, 이 집을 노리고 찾아오는 무언가가 <온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우선 뻔하지 않은 전개는 칭찬해야겠다. 공포영화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의외성에 대해서는 놀랄만한 장면이 여럿 있으니까. 그런데 의외의 전개를 거듭하다 보니 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고 봐도 좋겠다. 막 놀라다 보면 어느새 끝나는 영화. 초자연적인 재난(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에 드러나는 속물적인 인간관계와 모양새 뿐인 가족 관계를 풍자하는 듯 하던 영화는 후반에 갈수록 낙태 반대와 아동보호 쪽으로 흘러가는 듯 하더니 급기야 마지막에는 건물 전체를 휩싸는 악령의 힘에 맞서는 재난영화로 변해가는 양상을 보인다.  

 

마지막에 오카다 준이치와 코마츠 나나가 아이를 가운데 두고 앉아 <그런데 얘는 이제 어쩌지?>라고 말하면서 끝나는 장면에서는 다소 어안이 벙벙. 매우 불친절하게도 영화는 보기왕이 오는 이유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만 마치 콘서트라도 진행하는 듯한 마지막 굿판은 비트감이 있는 음악과 조화되어 그간 경험한 수많은 엑소시즘 영화들 중에서도 단연 기억에 남는 인상깊은 씬이 되었다. 공포영화인데도 영화의 미덕은 공포가 아닌 다른 곳에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