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 青くて痛くて脆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스미노 요루에 의한 동명 소설의 영화화. 주연은 요시자와 료, 스기사키 하나로 2020년 8월 28일 개봉하였고 흥행수입은 5억엔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 원작이 50만부를 넘긴 베스트셀러이긴 한데 내용이 청춘의 방황과 치기를 다루는지라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순애물만큼은 흥행하지 못한 듯. 섬세하고도 과격한 독특한 영화라서 개인적으론 그저그런 연애물보다 나았던 것 같은데.
타바타(요시자와 료)와 아키요시(스기사키 하나)는 대학교 신입생으로 둘은 성격은 다르지만 외톨이라는 점에서 서로의 시간을 채워주는 친구가 된다. 타바타는 누군가와 얽히는 것을 싫어하는 자발적 외톨이라서 아키요시의 풋내나는 이상론을 비웃지만 아키요시의 붙임성과 끈기에 눌려 결국 둘만의 서클이자 비밀결사인 <모아이>라는 팀을 만들게 된다. 모아이는 농활도 가고 인형극도 하고 조금씩 활동을 늘려 나간다. 동조하는 사람도 조금씩 늘어나고 그 중에는 조직의 확대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자는 와키자카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모아이는 놀랍게도 학내를 넘어 대학가 전체에서 최대 영향력의 취업활동 전문 동아리로 거듭나게 되는데 돌아보니 거기에는 타바타가 있을 자리는 없었다. 아키요시는 이미 와키자카의 연인이 되어 있었고.
같이 외톨이라고 생각했던 아키요시 주변에 점점 사람이 몰리는 것도 싫었고, 그런 아키요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자기가 주변으로 몰리는 것도 싫었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순수한 이상론자인 줄 알았던 아키요시가 생각보다 요령이 좋았던 것도 나중에 생각해 보니 겁나 분했던 것. 그리고 실은 아키요시가 좋았는데 전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도. 결국 타바타는 찌질하게 맹렬한 분노를 품고 결국 모아이를 해체하고자 행동에 나서는데.
요시자와 료의 찌질한 연기도 일품이지만 스기사키 하나의 연기도 좋았다. 이상론적인 평화주의자를 일관하다가 타바타가 모아이를 공격한게 혹시 자기를 좋아했기 때문이 아닐까에 생각이 미쳤을 때의 징그럽다는 표정이 일품이다.
여담이지만 제목 번역이 정말 예술적이다. 어떻게 저런 번역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