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25. 리틀 포레스트 겨울・봄 / リトル・フォレスト 冬・春

daltokkii 2022. 11. 19. 12:24

2015년 2월 14일 개봉한 동명 영화의 속편.. 이라고 말하기에는 영화의 형식이 다소 독특하다.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나눠서 개봉했지만 각각의 영화는 또 여름 편이 끝나고 나면 엔딩과 크레딧이 올라가고 다시 가을이 시작하는 식으로 분절되어 있다. 계절별로 제작된 네편의 짧은 영화를 둘씩 묶어서 개봉한 것으로 보는 게 맞을 듯.

 

농번기가 지나가고 코모리 마을에 겨울이 찾아와도 이치코의 일상은 변함없이 생존을 위한 먹부림이 계속된다. 보다보면 너무 잘 해먹고 살아서 얄미울 정도. 잘 생각해보면 벼농사를 포함한 수많은 식자재의 재배도 보통 일이 아닌데 온도 조절도 어려운 화덕 하나로 제빵이나 케잌도 뚝딱 해내고, 산채나 야생 과실 다루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라 이 사람이 이미 평범한 농촌 사람을 벗어난 초인이 아닐까 하고 진작 위화감을 느껴야 하는데 뭔가 홀린 듯이 영상을 보고 있다보니 의심할 타이밍을 놓쳤다. 

 

일부러 4계절을 잡아 놓은 것은 계절의 순환처럼 반복적인 지루한 생활도 평면의 원이 아니라 입체의 나선으로 진폭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허무하지 않다고 하는.. 건전한 생각을 영화로 잘 버무린 것 같다. 마지막에 급 결혼해서 등장한 게 좀 뜬금없어서 나선이 폭발했다고 생각해 버렸지만.

 

동명의 한국 영화는 환경에 의한 각색도 스토리도 식자재도 모두 다르니 영상미만 생각해도 양쪽 다 볼 가치가 충분.